라고 했지만 사실은 밀려쓰는 일기에 가까운...

운 좋게 CBT 참가인원에 당첨되어 4일간 체험해보다.
내실부터 천천히 플레이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이래저래 바빴던 탓에 여러 사람을 대신해 당첨된 것 치고는 그리 많은 양의 컨텐츠를 즐기진 못했지만 나름대로 신기하고 즐거운 추억이었다. 이미 수많은 시청각 자료가 나와있는 상황이고 볼 사람들은 다 봤을테니 나는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과 인상적이었던 컨텐츠 위주로 소소하게 피드백을 섞어서 기록을 남겨두고 싶다. (나도 바쁜 와중에 내가 직접 해보지 못한 컨텐츠는 좋아하는 게임 방송을 통해서 구경했음) 대신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한 만큼 실망도 컸다는 사실을 예고해두겠다.
일단 나는 7년 전 오픈 직후부터 로스트아크의 세계관과 스토리, 낭만 있는 연출에 빠져 지금까지 하고 있다. 로스트아크 모바일 역시 PC 로스트아크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색다르고 풍성한 스토리를 펼쳐줄 것을 기대하고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레일러를 처음 봤을 땐 로스트아크 모바일의 개성이 가미되어 있으면서 익숙하고도 웅장한 PC 버전의 그 맛을 살린 게 너무 좋았달까. 볼 때마다 소름이 돋아서 이건 꼭 먹어봐야한다고 생각했다.(로스트아크M 트레일러 https://youtu.be/ZvlYP_eu6FQ?si=ui0D2qYf-CTRVUKS)
사실은 스토리 말고도 모바일 오리지널 클래스 '귀멸사'를 기대하고 있었다.(귀멸사 트레일러 https://youtu.be/q9Upcp9bPjM?si=abprztKfRMrCOBwv) 다만 이번 CBT에서는 구현되지 않았고 예고한대로 첫 번째 오리지널 클래스인 '소드마스터' 와 PC에 있는 클래스들을 몇 가지 구현해둔 상태였다. 나는 소드마스터의 전투가 그리 끌리지 않기도 했고 혹시 기존에 있는 클래스가 모바일로 어떻게 조작이 가능할지 궁금하기도 해서, 가볍게 호크아이로 결정했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 캐릭터 생성을 하러 들어가자마자 난 너무 실망해버렸다... 커스터마이징 고퀄리티라고 홍보하지 않았나? 그것은 요즈 족 한정이었던 모양이다. 특히 남자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좀 기대했었는데 아니 너무 못썡겻다고요 PC보다 못생김... 전 사기당햇읍니다. 공식 출시할 땐 좀 더 고쳐서 내놓으셨음 한다. 이것저것 보장하라! 커스터마이징 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인데 한 두시간 만지다가 포기하고, 되려 프리셋을 적당히 잘 깎아뒀길래 취향 맞춰 골랐다. RPG 게임하면서 커마 프리셋 골라보기는 처음이다. 언리얼5 커마가 이것밖에 않되? 더 할 쑤 있자나. 로스트아크는 언리얼3로 대체 어떤 싸움을 해온 거에요?

처음 게임 플레이를 시작하면 튜토리얼처럼 로스트아크M의 프롤로그와 같은 스토리 퀘스트로 차차 세계관을 알아가게 된다. 다만 좀 의아했던 것은 트레일러에 나오는 대부분의 영상들이 이 프롤로그에 거의 다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난 트레일러에서 선보인 것이 앞으로 게임을 하면서 보게 될 스토리나 던전 씬을 이것저것 꼬매 만든 건 줄 알았는데 아, 이거 로스트아크M 트레일러가 아니라 로스트아크M CBT 트레일러였나...?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엔드컨텐츠 보스급인 줄 알았던 컷씬 등장인물이 튜토리얼에서 죽어버려서 좀 실망스럽기도 하고... 뭐 그만큼 기대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듯. 이제 겨우 프롤로그 스토리이기도 하니 앞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웅장함을 보여주겠지 하고 믿어봄.
아니 근데(...) 다시 말하지만 그래픽은 진짜 잘 모르겠더라. 꼭 원작인 PC 로스트아크가 언리얼3로 혼신의 결과물을 내놔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사실 그게 맞음 그냥 요새 나오는 언리얼5 게임들과 비교해봐도 영 떨어진다고 느껴져서 아쉬웠다. NPC 모션도 그렇고 CBT라 덜 닦인 건가 싶기도 함.
위에서 계속 냉소적이기는 했지만 설레고 즐거운 기분은 확실히 있었다. PC 로스트아크에서 더 확장된 맵 스타일이라든지 '아만'과의 새로운 만남이라든지. 아만을 경호하는 세이크리아의 성기사 제나의 존재 같은 게 꼭 로스트아크 평행세계를 플레이하는 것 같아 짜릿하기도 하다. 괜히 PC 로스트아크에서 풀린 스토리 떡밥과 연결도 해본다. 루페온의 '질서' 가 계속해서 같은 운명이 '반복' 되는 걸 의미한다고 해석하는데, 로스트아크M의 스토리 퀘스트를 따라갈수록 마치 그 해석에 살을 붙이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세계선의 다음 윤회, 그 다음 윤회---처럼 느껴져서 흥미로웠던 건 사실이다. (물론 개발자들의 진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로스트아크 모바일만의 개성이 담긴 컨텐츠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맵 구석구석 방명록같은 시스템이 있어서 뭔가 이 게임을 다같이 모여 즐기고 있다는 친밀한 느낌을 준다. 방명록 글들은 대체로 의식의 흐름대로 써놓고 가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유치하고 귀여웠다. 메인 퀘스트를 따라가는 동안 소소하게 환기가 되는 재미거리다.
로스트아크M은 특히나 AI를 활용한 컨텐츠가 많은데, 가끔 모닥불이나 솥단지 쪽으로 가보면 각자 사진첩에서 음식 사진 따위를 첨부해놓은 흔적이 남아 있다. 언젠가 이벤트성으로 많은 유저들이 한 곳에 다같이 모여서 불을 피워놓고 캠프 파이어를 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RPG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물상자 찾기 컨텐츠도 있는데, 대신 찾는 부담을 줄이려고 했는지 보물상자가 근처에 있으면 지나치기 어렵도록 가시성을 높여놨다. 한 번 열어본 보물상자는 사라지지 않고 열린 상태로 남아있었다. 보물상자를 열어보다가 정말 엄청난 충격을 받은 보상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루페온의 인장... 니가 왜 여기서 나와... 로스트아크 시즌 1 때의 악몽이 떠오른다.


더 많은 컨텐츠를 즐기지 못해 이것저것 마구 교환해보지는 않았는데, 종종 루페온의 인장 상인 NPC가 보였다. 퀘스트 도중에도 가이드 방식으로 설명해준다. 일단은 루페온을 모시는 사제가 루페온의 인장을 수집한다는 설정으로 되어있고 장비나 기타 물품들로 교환해주는 시스템이다. 여기서 루페온의 인장이 다시 한번 재화로 쓰이게 되었지만 모코코처럼 수집해서 보상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하는 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PC 로스트아크에 워낙 그런 수집과 교환 컨텐츠가 많아서 익숙해진건지 몰라도 개인적으로 수집하는 '내실' 쪽으로 모으는 게 더 맛있을 것 같긴 하다. 루페온의 인장이 내실로 부활하는 게 더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충격받은 또 다른 아이템... 저거 과거 로스트아크 때 아크라시움 아닌가...?

길거리에 가끔 주민들이 키우는 동물들이 돌아다니고 가까이 가면 교감하기가 떴다. 처음에 이유를 모르겠지만 나오니까 여기저기 보일 때마다 교감 하고 다녔다. 가끔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에 가도 교감이 떴다. 눌러주면 아이템 주머니가 드랍되기도 했다.

그런데 나중에 '포비'라는 강아지와 대화가 되는 창으로 바뀌었다. 저 당시에는 대화가 되는 게 신기해서 몇 마디 해보다가 떠났다.

AI 기능을 이용한 또다른 기능이다. NPC와 대화가 가능한데 사실 보이스까지는 없어도 되지 않나 싶었다. 실제 성우가 더빙하는 것도 아니고 AI가 읽어주기 때문에 인공지능 더빙이라 억양도 들쭉날쭉 하고, 조금 불쾌했다. 아무튼 신기하기는 정말 신기하다. 타로 카드로 운세 보는 컨텐츠는 심심풀이로 괜찮다.

PC 버전을 해봤다면 좀 웃겼을 부분이다. 초반 레온하트에서 꽃다발을 받은 NPC가 뻔뻔하게도 꽃다발을 가져다가 화단을 정리해달라는 부탁을 하는데, 모바일 버전에서는 대놓고 화단을 정리하라는 퀘스트를 준다. 여기서도 화단을 정리하네...

어느 정도 플레이를 하다보면 갑자기 헤리리크가 나만의 방을 만들어 주겠다면서 취향을 물어본다. 신기하고 재밌는 기능이지만 라이브 방송으로 보여준 것 이상은 CBT에서 만나보진 못했다. 공식 출시 이후엔 하우징이 더 다양하게 디벨롭 되길 바라본다. (하우징 좋아함...)


지나가다 갑자기 낯선 퀘스트가 활성화되어서 깜짝 놀랐다. NPC들은 모두 AI 더빙이 되어 있었다. 퀘스트를 받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보니 모은 단서를 통해 퀘스트의 스토리를 추적하고, 각자 다른 엔딩을 만들어보라는 안내 창이 뜬다. 아, 이게 저마다 다른 결말로 이어진다는 그 스토리 퀘스트인가? 싶어 신이 났다. 게다가 대화를 통해 단서를 직접 모아서 추적을 해야한다는 게 재밌는 부분이었다.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단서를 캐내기 위해 NPC들과 대화를 해야 하는데 사실상 완전히 AI와 대화하는 거라서, AI가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때까지 워딩을 바꿔가며 물어야 했다. 이 때문에 시간이 굉장히 오래걸렸다. 게다가 AI들의 대답도 표현이 서툴러서 종종 문법도 안 맞고 부자연스러울 때가 많았다. AI 더빙의 부자연스러움도 덤이다.

하지만 그러한 불편함을 빼면 되게 흥미진진하고 재밌게 플레이했던 것 같다. 내 물음에 따라 역할에 충실하게 대답해오는 게 은근 빠져들더라. 그리고 단서를 찾으면서 그에 따라 스토리라인을 추리하는 게 상당히 큰 재미포인트였다. CBT에서는 강아지 포비를 찾는 스토리만 플레이해봤지만 공식 버전을 아주 기대하고 있다. 이 컨텐츠의 스토리만 잘 짜두었다면 확실한 즐거움이 될 것 같다.

나는 하킨에게 포비를 데려다주기로 했고, 마지막에 하킨과 행복하게 지내는 연출을 보여주었다.


오래걸리기도 했고 상당히 몰입해 플레이했기 때문에 좀 진이 빠지기도 했는데 보상으로 아바타와 펫을 주더라. 뭔가 힘들었는데 피로가 싹 풀림. 진짜 '보상받는 기분' 이었음 ㅋㅋㅋ


로스트아크M CBT가 서비스 내내 원성이 자자했던 부분이 여러가지 있지만 자꾸 튕긴다는 점이 있었는데 나도 스토리 초반 밀면서 상당히 자주 튕겼다. 와... 너무 화가 났지만 어쩌겠어... 그래도 4일 밖에 안하는데 할 수 있는 데까지 해야지... 빡침 상태에서 방명록 발견하고 적은 나의 발자취...


CBT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컨텐츠 중 하나가 이것 가디언 토벌전이다. 공식적 딜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말로 매칭해서 들어가면 아무나 만나서 같이 가디언을 토벌한다. 계속해서 기여도 그래프가 실시간으로 떠서 더 쫄깃하다. 딜을 욱여넣으려는 욕심도 자극하고 이겼을 때 굉장히 짜릿하다. PC에도 제대로 나오면 좋을 것 같은 ㅋㅋㅋ 흔치 않은 PVE 경쟁 시스템이라 재밌었음. 같이 가디언 토벌도 하고 경쟁도 하고.

언급하지 않은 것들은 특별히 내가 느낀 점이 없어서 빠진 것이고, 내가 시간을 많이 쏟지 못해서 많이 즐기지 않은 탓도 있다. 어쨌든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위에서 언급한대로 가디언 토벌전과 내 선택에 따라 엔딩이 달라지는 AI 퀘스트였다. 솔직히 말하면 이것들 말고는 굳이 이 게임을 열심히 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 계속 붙잡고 싶은 느낌이 없다고 해야 하나? 이미 PC 로스트아크를 열심히 플레이 중이라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글쎄 로스트아크를 플레이하고 싶은 사람들이 굳이 PC를 두고 모바일을 할까? 굳이 꼽아봤자 PC를 이미 해본 사람들 정도만 궁금해서 들어와 볼 것 같다는 느낌.
전체적으로 타 모바일 게임에 비해 경쟁력이 많이 떨어진다. CBT 체험 종료 후에 설문 페이지에서 많이 토로한 내용인데, PC와 메인 퀘스트 진행이 너무나 유사했던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그래픽이 특별히 더 뛰어난 것도 아니라서 보는 맛도 다르지 않고, 스토리가 아예 똑같다면 모를까 오히려 간략히 줄인 부분마저 있어서 더 어정쩡하게 느껴진다. 그와중에 그 메인 스토리에 개입하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기는 해서 그들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되게끔 제작되었는데 그러니까 차라리 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바짝 확장시켜서 스토리 흐름 자체의 전개가 달라졌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미 7년이나 된 PC 로스트아크를 두고 그 축소된 스토리를 즐기려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위에서 평행세계 같은 느낌이 있다고 평가하기는 했지만 그 느낌을 주는 요소가 너무 적었다. 솔직히 평행 세계 같다고 느끼는 것도 어느 정도 스토리에 과몰입을 하기 때문에 오는 느낌인데 PC와 너무 같은 퀘스트 진행 라인이 지루해서 그 몰입이 금새 깨진다. 계속해서 그 몰입을 유지시켜주지 못함. 진짜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일단 CBT 체험 평가는 그리 좋지만은 않다. 어쨌든 스토리 보는 거 좋아하고 로스트아크에 애정도 있으니까 공식 출시를 기다리는 중. 꼭 해보고 싶었던 귀멸사가 출시되었을 때 복귀(?)해서 만렙 찍고! AI 활용한 숨겨진 이야기만큼은 좀 종종 들어가서 해보자는 계획이다. 나 같은 사람은 스토리 못참잖아... 또 모름 계속 하다보면 또다른 중독적인 재미가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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